1. 그린북 줄거리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주먹깨나 쓰는 덩치 큰 이탈리아계 이민자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와 교양있는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살라 알리)입니다. 1962년 미국, 인종 차별이 심한 미국 남부로 투어를 가게된 흑인 셜리는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로 토니를 고용합니다. 반듯하고 우아한 천재 뮤지션 셜리와 다혈질이고 거칠어 보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토니는 극과 극의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처음에는 서로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투닥거리지만, 서서히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며 가까워집니다. 남부로 내려갈수록 흑인에 대한 차별은 만연해지고, 셜리는 뛰어난 능력과 재력에도 불구하고,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숨쉬듯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차별들을 마주해야 합니다. 슬프게도 셜리는 이런 일상적인 차별이 익숙하다는 듯, 크게 화를 내지도 않고 모든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다 불시검문까지 받자 화를 참지못한 토니는 경찰관을 폭행하고, 셜리는 본인이 폭행을 한것도 아닌데 흑인이라는 이유로 구금당하게 됩니다. 겨우 위기를 모면한 둘은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2. 영화 그린북의 사회적 배경
‘green book’은 1930년대 출간된 흑인 운전자들을 위해 발간된 책으로 흑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호텔, 음식점, 휴게소 등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이탈리아계 이민자인 토니와 흑인 셜리는 뉴욕사람입니다. 뉴욕은 해안지역으로 전통적으로 많은 이민자들이 몰려들어 자리를 잡은 동네로 차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들과 섞여 살아가는것이 익숙하던 동네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투어를 떠나기로 한 남부지역은 아프리카에서 사냥해온 노예들을 부리던 농장지대입니다. 남부인들은 노예들의 이탈과 반란을 막기위해 끔찍한 방법으로 흑인들을 학대했습니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노예제도의 원시적이고 야만적임을 규탄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자신들의 이권이 침해받는다고 생각한 남부인들이 이에 반발해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이 발발합니다. 이 전쟁에서 남부군이 패배했지만, 남부 백인들의 표를 포기할 수 없던 정치인들의 입장변경으로 흑인에 대한 차별은 계속되었습니다. 1876년 제정된 분리되었지만 평등하다(Seprate but equal)는 짐 크로(Jim Crow) 법에 의해 유색인종 분리가 합법화되었고, 이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60년대까지도 이어졌습니다. 미국사회의 좋은 식당, 좋은 호텔, 좋은 학교, 좋은 회사들은 흑인의 출입을 제한했고, 이런 배경아래 흑인들이 사용 할 수 있는 시설들을 모아놓은 그린북이 탄생한 것입니다. 영화에서도 남부 투어 중 레스토랑에서 수준높은 연주를 했지만, 그에 감탄하던 남부인들이 정작 셜리에게 레스토랑 내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거절하고, 화장실도 식당에서 멀리 떨어진 분리된 흑인용 화장실을 사용하게 하는 것으로 당시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3. 영화 그린북 총평
영화의 초반부를 보면 토니도 처음부터 흑인에 대한 차별과 선입견이 없던 사람은 아닙니다. 토니가 흑인 인부가 사용한 컵을 불결하다고 생각해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나 셜리와 함께 남부투어를 다니며 토니가 직접 본 인종차별은 비상식적이었고, 이를 보며 토니는 차별이 정치적인 이념과는 별개로 다루어져야 하며, 그냥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는 영화가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핵심 주제입니다. 영화는 차별이라는 주제를 숨기지 않고 제시하지만, 우아한 셜리를 통해 이런 차별을 자극적이 않고 일상적으로 그려냅니다. 또한 흑인들이 거칠어서 혹은 교양이 없어서 분리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교양 있고 재능 있는 흑인 셜리가 당하는 비상식적인 차별로 극명하게 대조시킵니다. 서로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결국에는 친구 가 된 셜리와 토니의 따뜻한 이야기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차별적인 언어와 행동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나 사실과 다른 둘 사이의 관계로 논란이 있었던 영화이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재미있고 따뜻하게 그려낸 영화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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