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컨택트 줄거리
사랑스러운 고전영화 E.T를 비롯해 외계인과의 조우를 그린 SF영화는 많았지만, 외계인이 나오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서로 다른 두 종은 만났을 때부터 언어적인 소통이 가능했습니다. 외계인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거나 통역기를 만드는 식의 손쉬운 설정으로 복잡한 소통의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이 영화처럼 인간과 외계인간의 언어적인 교류를 핵심 주제로 다루는 영화는 지금껏 없었습니다. 테드창 작가의 SF소설‘arrival’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의 주제는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신선하고 현실적입니다. 전 세계 12곳에 미확인 비행물체들이 동시에 나타납니다. 그들이 보내는 신호를 해석하지 못하자 전 세계는 공포에 사로잡히고, 정부는 언어학자인 루이스(에이미 아담스)와 물리학자인 이안(제레미 레너)에게 이 알 수 없는 신호의 해석을 맡깁니다. 7개의 촉수 같은 다리를 가진 이 존재들을 인간은 헵타포드라 부르기로 합니다. 그리고 루이스는 소리로 소통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 문자로 소통을 시도합니다. 그러자 헵타포드들도 동그란 원같이 생긴 자신들의 문자를 인간에게 보여줍니다. 루이스와 헵타포드는 서로의 언어를 하나씩 배우고 이해해 갑니다. 그리고 루이스는 마침내 헵타포드에게 문장으로 질문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자 가장 궁금하던 질문, 왜 지구에 왔는지 물어봅니다. 헵타포드들은 미래에 위기에 처할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언어를 선물하기 위해 지구에 왔다고 합니다. 이들의 언어는 동그란 원처럼 처음과 끝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언어를 이해하게 되면 미래에 일어날 일을 현재 일어나는 일처럼 알 수 있습니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가 정해진 순서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고 처음과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동그란 원처럼 한 번에 연결되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알게 된 루이스는 가까스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처음 맡았을 때부터 미혼인 루이스는 꿈인지 환영인지 모를 어떤 아이에 관한 이미지를 봤습니다. 헵타포드어를 점점 더 이해해 갈수록 이 이미지는 선명해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루이스는 이 헵타포드어를 완전히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던 아이가 미래에 자신이 이안과 결혼해 낳을 아이이고, 이 아이는 불치병에 걸려 일찍 자신의 곁을 떠남을 알게 됩니다. 미래를 알게 된 루이스는 이안과 소중한 딸을 잃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 딸을 만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2. 컨택트와 이터널 선샤인, 두 영화가 던지는 공통질문
’ 당신의 전 생애를 다 볼 수 있다면 삶을 바꾸겠어요?‘ 영화 속 루이스의 대사입니다. 루이스는 사랑하는 딸이 희귀병을 앓다 죽게 되는 비극적인 결말을 알면서도 자신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러한 질문은 다른 영화들에서도 여러 번 다루어 진적이 있습니다. 유명한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도 이별 후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운 두 주인공은 서로를 거슬려하고 지겨워하게 될 미래를 알게 되지만 다시 만나기를 선택합니다. 이는 단순히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시간상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게 되는 게 아니라 처음도 끝도 없는 헵타포드의 언어와도 같은 동그란 원처럼 그들이 겪을 모든 순간을 알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은 슬플지라도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행복들, 겪게 될 모든 소중한 순간들이 결코 의미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지금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인생의 선택들 모두를 몽땅 바꿔버려야 할지 아니면 받아들이고 이것을 딛고 다음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은 오랫동안 생각해 보게 됩니다.
3. 루이스의 딸의 이름에 숨겨진 비밀
루이스의 딸은 한나라는 이름을 가집니다. 영어로 hannah라고 쓰는 이 이름은 앞에서부터 읽어도, 뒤에서 부터 읽어도 똑같이 읽힙니다. 헵타포드어처럼 앞과 뒤가 없는 이름입니다. 원인과 결과, 혹은 시작과 끝의 개념이 없어지고 과거와 미래의 모든 순간을 알게 되고 경험하는 그 상태를 영화는 ‘hannah’라는 이름으로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이 이름에 영화의 핵심적인 개념이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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