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차 줄거리
일본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변영주 감독의 스릴러 영화입니다. 문호(이선균)는 약혼녀 선영(김민희)과 부모님을 뵈러 가던 중 휴게소에 들르게 됩니다. 그리고 잠시 문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자신의 개인파산 이력에 대한 전화를 받은 선영은 그대로 사라져 버립니다. 놀란 문호는 휴게소의 이곳저곳을 뒤져 보지만 선영을 찾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까지 하지만 경찰은 성인 단순 가출이라 생각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습니다. 그 길로 서울로 올라온 문호는 선영의 자취방으로 찾아가지만, 이미 그곳은 깨끗이 비워진 후였습니다.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한 문호는 그녀의 개인파산을 진행해 줬던 법무법인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자신이 알던 선영이 진짜 선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문호는 결국 전직 형사였던 사촌형 종근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강력계 형사였던 종근은 선영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지문하나 남지 않은 집과 어머니의 사고사로 보험금 수령 후 자취를 감춘 진짜 선영의 행적에서 살인사건 일수도 있음을 직감한 종근은 이를 문호에게 알립니다. 종근은 선영의 어머니를 죽인 것도 경선이라고 의심하지만 문호는 끝까지 경선이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고 싶어 합니다. 어떤 여자가 선영의 신분으로 문호를 속이고 결혼까지 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된 문호는 충격에 빠집니다. 하지만 문호는 선영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우연히 발견한 단서로 그녀의 진짜 이름과 옛 직장을 알아냅니다. 차경선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어린 나이에 결혼했었고 이혼경력이 있었습니다. 전 남편을 찾아간 문호는 그녀의 불행한 사연에 대해 듣게 됩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성당 고아원에서 자란 그녀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지만, 부모가 남긴 빚 때문에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다 이혼을 당합니다. 그 후 경선은 사채업자들에게 잡혀 신체포기각서까지 작성하고 만신창이가 됩니다. 경선은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와 숨어 지내며 옛 직장에서 빼돌린 고객리스트에서 범죄의 타깃을 물색했습니다. 비슷한 나이대에 가족이 없고 인간관계가 좁은 선영을 타깃으로 삼은 경선은 선영의 주변을 맴돌며 접근했던 것입니다. 문호와 종근이 경선의 행적을 쫓던 중 행방이 묘연했던 진짜 선영의 시체가 강에서 떠오릅니다. 선영이 살해 됐음이 명확해지자, 경찰도 문호도 종근도 모두 경선을 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문호는 우연히 동물병원 고객 중 한 명인 ‘호두 엄마’가 최근 스토킹 범죄를 당하고 있으며 연고 없이 혼자 시골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살고 있는데 최근 친해진 누군가와 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직감적으로 그 누군가가 경선이고 호두엄마가 다음 타깃이 되었음을 알게 된 문호는 둘의 약속장소로 찾아가 경선을 찾습니다. 그리고 경선은 순순히 자신이 모든 것을 했음을 자백합니다.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다는 경선을 보내주는 문호 그러나 경찰은 그녀를 보내줄 생각이 없고, 도망치던 그녀는 문호의 눈앞에서 뛰어내려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2. 화차를 통해 보는 현실과 개인적 해석
2012년 개봉한 이 영화가 최근에 다시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현실판 화차’라는 이름을 붙인 각종 사건들이 벌어지면서였습니다. 실제로 7년간 같이 살던 아내가 자신이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다 자살한 사건 등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두려움은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조차도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호는 선영이 사라진 후 심지어 그녀의 실제 이름조차도 자신이 모른다는 것에서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경선이 타깃을 정하기 위해 주변을 맴돌며 스토킹해 피해자의 주변 관계를 알아내고, 교류하는 가족 혹은 친구가 없다면 갑자기 살해당해도 주변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는 상황 또한 모든 관계가 오프라인에서 맺어졌던 옛날에 비해 실제로 교류하는 인간관계가 크게 줄어든 현대인에게 두려움을 유발합니다.
경선의 입장에서 보면, 어린 시절 경선은 그저 평범한 아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가 쓰지도 않은 부모의 빚 때문에 사채업자들에게 끌려가 폭행당하고 유린당해야 했으며, 사채업자들의 괴롭힘에 지친 남편에게 이혼까지 당합니다. 그녀의 인생은 한 번도 그녀에게 쉽게 행복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녀는 늘 방어적인 태도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쳐야만 했습니다. 이런 그녀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것은 문호입니다. 그는 한 번도 큰 불행을 마주해 본 적 없는 인생을 살았고 순탄한 인생은 그를 긍정적이고 좋은 사람으로 자랄 수 있게 했습니다. 영화에서 경선은 생존을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고, 무고한 사람에게 접근해 살인까지 합니다. 그녀와 같은 처지의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그녀와 같이 남을 해치고 속이는 방식을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다는 그녀의 발버둥에 관객들 마음이 찝찝해지는 건 그녀의 불행이 어린 그녀에게 너무 가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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